


















Artist Statement
소중하다고 해서 영원할 수 없음을, 죽음에 대한 강박과 상실에 대한 두려움은 지금 현재 이 순간에 영원이라는 이름으로 붙잡아 두고 싶은 욕망을 갖게 만들었다. 쉼보르스카는 부재는 존재를 증명하고 상실을 통해 사랑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때로는 붙잡아 두기 위해서 놓아줘야 할 때가 있었다. 붙잡아야만 한다는 조급한 마음을 조금만 내려놓고 날 때 비로소 손이 자라나기도 했다. 죽음에 대한 집착이 더욱 나를 옭아맬수록, 죽음이 찾아와 속삭이는 일이 잦아질 때쯤 호흡하는 법이 생경하게 느껴졌다.
죽음과 호흡은 같은 단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생과 사의 간격에는 숨이 깃들어 있기 때문일까. 언제나 언어와 이미지로 붙잡을 수 없는 그 단어들이 모두 삶의 이야기에 마침표를 찍기 때문일까. 모든 것에 예민해지고, 촉각과 시각과 청각이 잠에서 깨어난다. 슬픔에 잠긴 사람들은 전에 없던 날카로운 촉수를 얻는다.
호흡과 숨결이 더욱 날카롭게 느껴질 때 즈음 구상했던 일련의 이미지들은 모두 나의 심리상태와 맞물려 있을 것이다. 죽음의 상태이면서 동시에 가장 크게 살아있음을 외치는 이미지들은 발화의 끝에 찍힌 도장이라기 보다는 저마다의 정서를 가지며 또 다른 서사의 문장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의식적으로 호흡을 연습해야만 한다는 사실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잃어버린 얼굴들과 이름이 여전히 부재하고 그 부재의 신기루가 주변을 계속 맴돌기를 반복하더라도, 상처를 발견하고 열심히 꿰맬수록 바늘 자국만 늘어난다 해도, 새살이 돋아나기를 믿어야 하기에, 천천히 발검음을 옮겨보려 노력할 뿐이다. 우리의 안녕이 ‘bye’가 아닌 ‘hello’가 되기를 바라며